후집(後集)117장사람은 너무 한가하면 다른 생각이 슬며시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과 마음에 근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고 풍월의 멋 또한 즐기지 않을 수 없느니라.<원문原文>人生(인생)은 太閑則別念竊生(태한즉별념절생)하고 太忙則眞性不現(태망즉진성불현..
후집(後集)116장자기 한 몸에 대하여 그 한 몸을 온전히 깨달은 사람은 만물을 만물에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능히 속세에서 속세를 벗어날 수 있느니라.<원문原文>就一身(취일신)하여 了一身者(요일신자)는 方能以萬物(방능이만물)로 付萬物(부만물)하고 還天下於天下者(환천하어천하자)..
후집(後集)115장바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천지의 조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최가 되어 외물을 부리고 외물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곧 정욕과 기호도 하늘의 기미 아님이 없고 세속적인 정도 곧 진리의 경계가 되느니라.<원문原文>無..
후집(後集)114장마음이 넓으면 만종(萬鍾)의 녹도 질항아리와 같고 마음이 좁으면 터럭 하나도 수레바퀴와 같으니라.<원문原文>心曠(심광)이면 則萬鍾(측만종)도 如瓦缶(여와부)하고 心隘(심애)면 則一髮(즉일발)도 似車輪(사차륜)이니라. <해의解義>‘자기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자기에게 어..
후집(後集)113장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흐르는 물에 다다르면 사람의 뜻이 유원해지느니라. 눈비 오는 밤에 책을 읽으면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 위에서 천천히 휘파람을 불면 사람의 흥취가 고매해지느니라.<원문原文>登高(등고)하면 使人心曠(사인심광)하고 臨流(임류)하면 使人意遠(..
후집(後集)112장비 개인 뒤 산 빛을 보면 경치가 문득 새로이 고움을 깨닫고 밤이 고요할 때 종소리를 들으면 그 울림은 더욱 맑고도 높구나.<원문原文>雨餘(우여)에 觀山色(관산색)하면 景象便覺新姸(경상변각신연)하고 夜靜(야정)에 聽鐘聲(청종성)이면 音響尤爲淸越(음향우위청월)이니라. <해의解義>..
후집(後集)111장초록은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 밑에 새싹이 돋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라해도 마침내 날아오는 재 속에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늘 주가되니 가히 그로써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느니라.<원문原文>草木(초목)은 纔零落(재영락)하..
후집(後集)110장마음의 작용을 잠재우면 문득 달 뜨고 바람도 불어오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찍한 곳에 있으면 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자연을 그리워함이 병될 것까지 있으랴.<원문原文>機息時(기식시)에 便有月到風來(변유월도풍래)하나니 不必苦海人世(불..
후집(後集)109장새끼줄로 톱질하여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더욱 힘써 구하여야 한다. 물이 모이면 시냇물을 이루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하늘의 작용에 내맡겨야 하느니라.<원문原文>繩鋸木斷(승거목단)하고 水滴石穿(수적..
후집(後集)108장인생의 화복(禍福)은 모두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석가가 말하기를 ‘욕심이 불같이 타오르면 이것이 곧 불구덩이이고 탐욕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로되 한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세찬 불길이 연못이 되고 한 생각을 깨달으면 배는 저 언덕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렇듯 생각이 조금만 달라..
후집(後集)106장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래벌 갈매와 사슴들을..
후집(後集)105장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사람을 피함으로써 조용함을 구하니 뜻이 사람없음에 있다면 이는 곧 자아에 집착함이 되고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임을 모르고 있음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보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잊어버리는 경지에 도달할 ..
후집(後集)104장마음을 아직 붙들지 못했다면 마당히 속세에서 발길을 끊으라. 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어지럽지 않게 하라. 그로써 내 조용한 마음의 본체를 맑게 하여야 하느니라. 마음을 이미 굳게 잡았거든 다시 마땅히 속세에 발길을 섞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나는 것을 보아도 또..
후집(後集)103장마음에 망심(忘心)이 없으니 무슨 관심(觀心)이 필요하랴. 석가가 말한 ‘관심’이란 그 장애를 더할 뿐이다. 사물은 본래 한 물건이니 가지런함을 기다릴 필요가 있으랴. 장자가 말한 ‘제물(齊物)이라 스스로 같은 것을 갈라 놓는 것이니라.<원문原文>笙歌正濃處(생가정농처)에 便自拂衣長往(..
후집(後集)102장마음에 망심(忘心)이 없으니 무슨 관심(觀心)이 필요하랴. 석가가 말한 ‘관심’이란 그 장애를 더할 뿐이다. 사물은 본래 한 물건이니 가지런함을 기다릴 필요가 있으랴. 장자가 말한 ‘제물(齊物)이라 스스로 같은 것을 갈라 놓는 것이니라.<원문原文>心無其心(심무기심)이니 何有於觀(하유어..
후집(後集)101장시골 노인들은 닭고기 안주에 막걸리를 이야기하면 곧 유연히 기뻐하지만 고급 요리를 물으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를 이야기하면 곧 유연히 즐거워하지만 비단옷을 물으면 이를 모른다. 그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이 담백한 것이니 이야말로 인생의 첫째가는 경계(境界)니라..
후집(後集)100장바람과 꽃과 산뜻함, 눈과 달의 밝고 깨끗함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이들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물과 나무의 번성함과 메마름, 바위 사이 대나무의 자람과 사라짐은 홀로 한가한 사람만이 그 권리를 뀔 수 있도다.<원문原文>風花之瀟洒̖(풍화지소쇄̖)와 雪月之空淸(설월지공청)..
후집(後集)99장배우는 분바르고 연지 찍어 붓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려내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면 그 아름다움과 추함이 어디에 있는가. 바둑 두는 사람은 앞과 뒤를 다투어 바둑돌로 승패를 비교하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돌을 거두면 그 승패는 어디에 있는가.<원문原文>優人(우인)은 傳..
후집(後集)98장병이 든 뒤에야 건강의 보배로움을 생각하고 어지러움에 처한 뒤에야 평화의 복됨을 생각함은 빠른 지혜가 아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됨을 알고 탐욕이 생겨 남이 사망의 원인이 됨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뛰어난 식견일지니라.<원문原文>遇病前後(우병전후)에 思强之爲寶(사강지..
후집(後集)97장시험삼아 태어나기 이전 내 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고 또한 죽은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보라. 그러면 온갖 생각이 재처럼 싸늘해지고 본성은 고요해서 가히 스스로 물외(物外)에 초연하며 절대경에 놀 수 있으리라.<원문原文>試思未生之前(시사미생지전)에 有何象貌..